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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구근교 힐링장소

대구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 기억 속 조용한 봄의 산책

by k198 2025. 5. 9.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

“혼자서 여행 가는 거, 외롭지 않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걸 압니다. 특히 대구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 같은 곳을 걸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곳에서의 고요한 걸음이 어떻게 특별한 감정과 사색을 선사하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이 길을 처음 마주한 날, 봄이 말을 걸었다

처음엔 그저 ‘학교 안의 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조용히 걷기 좋은 산책길 정도로 여겼던 곳. 그런데 어느 봄날, 홀로 걷게 된 순간부터 이 길은 저에게 각별한 풍경이 되었어요. 대구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이라는 이름도 그때 알게 되었고요. 성서캠퍼스 정문에서 음악공연예술대학 방면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사실 공식적인 명칭도 안내판도 없는 공간이지만,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마음속 명소’입니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시간, 이팝나무의 흰 꽃잎이 빛을 머금는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나무 사이사이로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차분해지고, 누구와 함께든, 혼자든,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집니다. 이 길은 누구의 소개보다 스스로 걸으며 알게 되는 길이에요. 처음에는 꽃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그 꽃이 떨어질 무렵이 되면 오히려 풍경이 더 완성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아도, 그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고요히 있어줍니다. 마치 수많은 이들의 추억을 품고 있는 듯,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그런 길입니다.

말없이 건네는 위로, 이팝나무의 조용한 울림

이팝나무는 화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흰 꽃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오히려 특별하죠.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을 걷다 보면, 나무 하나하나가 말없이 서 있는데 그 침묵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꽃잎이 바닥을 덮을 때, 마치 누군가 고요하게 손질해 놓은 듯한 정갈함이 있어요.

꽃길을 걷는다는 말보다 ‘조용함 속에서 나를 마주하는 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지고, 머릿속 생각들이 조용히 정리되는 느낌이랄까요. 그 길 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걷게 됩니다. 이팝나무의 언어는 바람이고, 햇살이고, 꽃잎이에요.

무엇보다 이 길은 조용해서 좋습니다. 대구라는 도심 속에서 이렇게 정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거든요. 조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그런 장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곳. 그런 길은 많지 않습니다.

매년 같은 시기, 나는 이 길을 찾는다

처음 이 길을 걸었던 날 이후, 저는 해마다 이팝나무가 꽃피는 시기를 기억하게 됐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계명대 캠퍼스를 찾는 이유는 특별한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이 길이 그리워졌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계획이나 목적 없이 발길을 옮겨도 괜찮은 곳. 가만히 있어도 되는 곳.

정문을 지나 학생회관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그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해가 흐려도 마음은 밝고, 꽃잎이 어깨에 닿는 순간 마음 한편이 조용히 따뜻해집니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만이 시간 속에서 바뀌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곳에서 나는 매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지나온 나와 다가올 나를 잠시 연결해 주는 시간. 바쁜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감정들을 되찾는 순간. 그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다시 나를 정비합니다.

사람보다 자연이 말을 더 잘하는 공간

이 길에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침묵이 더 큰 대화가 됩니다. 친구와 함께 걸을 때도, 혼자 걸을 때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건 사람의 말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였습니다. 귀를 막지 않아도 조용한 곳, 혼자 있어도 편안한 곳. 이팝나무길은 그런 곳입니다.

저는 이 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내려놓고, 생각 대신 감정에 머무르게 되더군요. ‘혼자 있는 것이 외로운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이구나’라는 걸 이 길에서 배웠습니다. 나무들이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써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느낌. 그 존재감이 사람보다 더 진하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설명되지 않아도 깊이 전달됩니다. 이 길을 걷는다는 건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보는 일이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아주 조용한 연습입니다.

표로 보는 대구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 정보

항목 내용
위치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095,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주요 시기 4월 말 ~ 5월 초
특징 조경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산책길, 이팝나무 군락지
분위기 조용함, 사색적, 따뜻한 침묵
추천 대상 혼자 걷고 싶은 사람, 자연 속 위로가 필요한 사람
주차 가능 여부 근처 교내 주차장 이용 가능

 

 

네이버 지도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095

map.naver.com

(출처) 네이버 지도

 

이름보다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길

이 길에는 이름이 없어도 충분합니다. ‘대구 계명대학교 이팝나무길’이라는 이름이 꼭 기록되지 않아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오래 남을 것입니다. SNS에 남는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계절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걸었던 그 순간의 감정이 오래도록 남아 있으니까요.

도시 안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위안입니다. 매년 같은 자리에 피어나는 이팝나무처럼, 저도 같은 시기에 이 길을 걷게 될 겁니다. 봄마다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이유는, 그 길이 나를 조용히 안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풍경은 매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지만, 감정의 결은 늘 같은 위로를 담고 있죠.

혼자 걷는 길이 두렵지 않도록, 봄이 매년 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